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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 것보다 더 많이 실천한 그대들 -시사저널 전직 기자들의 지지 성명서
추천 : 502 이름 : 시사기자단 작성일 : 2007-07-10 14:50:46 조회수 : 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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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 것보다 더 많이 실천한 그대들

‘삼성 기사 삭제 파문’이 벌어진 이후 지난 1년여 동안 이런 날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사태의 순조로운 해결을 낙관했습니다. 우리가 한때 몸담았던 직장, 참으로 자랑스러웠던 매체 <시사저널>이라면 마땅히 그래야만 하고, 그럴 수 있으리라고 믿었습니다.

파업기자들은 가끔 농반진반으로 말하곤 했습니다. 선배들에게 배운 대로 행했는데 이 지경이 되고 말았다고요. 가르쳤으니 책임지라고도 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맞는 말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선배에게 배운 바를 우리의 후배들에게도 가르쳤습니다. ‘회사에서 받는 월급 외에 촌지는 받아서 아니되며, 부당한 외압에 굴하지 말 것이며, 광고와 기사를 거래하지 말 것’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물론 우리의 과거가 완벽했던 것도, 내부 갈등이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한국 언론이 스스로 쳐놓은 성역에서 온전하게 자유롭지 않았고, 선후배들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고, 기사 게재를 둘러싸고 경영진과 마찰이 빚어진 적도 더러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이견과 갈등은 매체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상식과 이성의 힘으로 조율되고 타결되곤 했습니다.

따라서 불행한 사태의 발단이 된 ‘삼성 기사 무단 삭제’건은 그 자체만으로도 언론사에서 유례없는 폭거였거니와, 시사저널의 전통과 기풍에 익숙한 구성원들에게는 더욱 큰 충격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동료와 후배들은 상식적인 판단에 따라 문제 제기에 나섰고, 지켜보는 우리 전직들은 ‘상식의 힘’이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기대는 무참하게 부인당했고, 희망은 참담하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후배이자 동료인 22명의 파업기자들은 눈물을 뿌리면서 온몸과 마음으로 사랑했던 매체와의 결별을 선언했습니다. 한때 열정을 다바쳐 일했던 소중한 일터였건만 이제는 최소한의 상식조차 부정되는 언어도단의 현장이 전락한 그곳으로는 차마 되돌아갈 수 없었던 것입니다. 눈물로 치르는 결별식을 지면으로, 화면으로 접하면서 우리도 함께 울었습니다. 매체에 대한 그들의 애정을 너무도 잘 알기에 결별을 택한 그들이 겪었을 번민과 고통 또한 능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전직 기자들이 아끼고 자랑스러워한 것은 한낱 제호와 법인이 아니었습니다. 자본과 권력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나 사실과 진실을 추구하는 기자혼이 담긴 매체, 기자들의 땀과 눈물이 배인 18년 세월이었습니다.

독립정신이 훼손되고 유린당한 매체, 기자다운 기자들이 떠나버린 <시사저널>은 더 이상 <시사저널>이 아닙니다. 알맹이는 가고 껍데기만 남은, 죽은 매체일 뿐입니다. 우리 전직들은 시사저널을 사랑했기에 시사저널로 돌아가지 않은 파업 기자들의 결단을 지지하면서 이제 정든 그 이름, 아름다운 과거와 작별을 고하고자 합니다. 굿바이 시사저널!

 

2007년 7월10일 시사저널 전직 기자 일동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의 행보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이번 성명에는 이윤삼 전 <시사저널> 편집국장을 비롯해 박순철 전 편집국장, 박상기 전 편집장, 김상익 전 편집장, 서명숙 전 편집장 등 시사저널에서 기자로  일했던 선배 언론인 40명이 동참했습니다.

강용석, 강철주, 고명희, 김 당, 김방희, 김봉규, 김상익, 김상현, 김선엽, 김성원, 김의환, 김재일, 김종민, 김진화, 김태희, 김현숙, 박상기, 박순철, 박재권, 박준웅, 박중환, 서명숙, 성우제, 소성민, 송 준, 신중식, 오민수, 우정제, 이문재, 이병철, 이상철, 이성남, 이윤삼, 이흥환, 조성휘, 조천용, 최영재, 최 진, 한종호, 허광준 <가나다 순>   

 

 


붙이는 말

 

멀고 힘든 길을 택한 그들을 끝까지 응원해 주십시오.

그들은 우리가 가르친 것보다 더한 것을 실천했고, 우리와 함께 했던 그 어느 때보다도 더큰 용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참으로 대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그런 한편으로 걱정과 근심이 따라붙는 것, 또한 숨길 수 없는 진심입니다. 인쇄매체가 나날이 쇠퇴하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기자들의 힘으로 신매체를 창간한다는 것은 이중의 어려움을 헤쳐야 하는 멀고 험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상식의 힘을 가르치기만 했지 상식을 온전히 지켜낼 자본은 없는 우리의 가난이 원망스럽습니다.

그러나 죽으라는 법은 없는가 봅니다. 참으로 고맙게도 독자들이 절벽에서 손을 놓은 후배들을 사뿐히 받아주었습니다. ‘시사모’가 바로 그들입니다. 애독자의 열성과 자부심으로 뭉친 그들은 편집권을 지키려는 기자들의 싸움을 줄곧 애정어린 눈으로 지켜봐 주었습니다. 기자들을 제대로 된 시사저널로 돌려보내기 위한 ‘진품시사저널 예약운동’을 펼친 데 이어, 기자들이 새 매체 창간의 길을 선택하자 이를 적극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습니다. 그들은 파업 기자들과 함께 한국 언론사의 새로운 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전직들도 고마운 그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적은 돈이나마 보탤 것이고, 후배와 동료들이 제대로 만들어낼 신매체를 홍보하는 자발적인 영업사원이 될 것입니다. 새 매체에서 원한다면 글을 쓰는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기회를 빌어 한국 언론계에도 간곡히 호소합니다. ‘시사저널 사태’는 특정 언론사에만 일어난 일은 결코 아닙니다. 행태가 조금씩 다르고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거의 모든 매체에서 자본권력에 의해 편집권이 제약받고 왜곡되고 변형되는 일이 숱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남의 문제이자 내 문제’여서 그래서였을까요. ‘독수리 오형제’로 불리는 일부 진보매체와 공영방송의 일부 고발프로그램을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은 약속이나 한듯이 ‘시사저널 사태’에 대해 침묵을 지켰습니다. 무려 일년여 동안이나 말입니다. 가히 공포스러울 정도로 일사분란한 ‘침묵의 카르텔’이었습니다.

이 납득하기 힘든 침묵은 언론에 대한 독자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두 차례의 ‘PD수첩’을 통해 뒤늦게 시사저널 사태를 알게 된 수많은 시민들은 분통을 터트리면서 되묻습니다. “왜, 이런 중대한 일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인가. 신문 방송의 수많은 지면과 정규 뉴스는 뭐하고 있었던 건가”라고.   

그 배경에 대해 종사자들은 뉴스 밸류가 그다지 없다, 노사문제일 뿐이다, 취재를 건의했지만 데스크가 묵살하거나 꺼렸다, 등의 설명을 붙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해명이 얼마나 궁색한 것인지는 당사자들이 잘 알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당신에게 언론인으로서 양심이 남아 있다면, 이 시대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중대한 요소가 자본권력이라는 지적에 공감한다면, 시사저널 기자들이 만들어내는 신매체에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그리고 그들이 외롭게, 힘겹게 치러내는 ‘자본권력으로부터의 언론자유’ 운동에 동참해 주십시오. 그 싸움이야말로 당신들의 싸움, 우리들의 싸움이기도 하니까요.

먼 길 떠나는 동료 후배들이여! 부디 기운을 잃지 마십시오. 그대들 곁에는 눈 밝은 독자가, 휘청거리는 한국 언론을 걱정하는 시민들이 있습니다.

7월10일 오전 10시 현재, 소액 입금 3억 원 돌파. [14]
<PD수첩> 7월12일 목요일 오후 3시5분 재방송됩니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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